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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詩가 만난 사람들
[시가만난사람들]최동순 청솔노인대학 학감, 울산여성신문 상임고문
“용서와 관용, 인간세상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를 좋아해”
기사입력: 2015/08/12 [11:3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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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덕순 편집국장
81세에 시인등단, 시집 출간, 애송시 김소월의 ‘진달레꽃’
끝없는 삶에 대한 사랑, 인간애로 봉사와 활동 그침 없어

 
▲ 최동순 청솔노인대학 학감, 울산여성신문 상임고문     © UWNEWS
울산에 문화운동이 활발하다. ‘좋은 시사랑 운동’은 우리문화진흥연대와 울산여성신문에서 공동추진하고 있다. 추진주체는 대외적인 활동에 발 맞춰 좋은 시 읽기 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시가 우리 삶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시에 얽힌 일화를 통해 명시를 추천한다. <편집자 주>

 
최동순, 울산 여성계의 대모라 불리는 그는 이미 팔순을 넘어섰고 재작년 2013년에 스토리문학의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81세 때였으며 곧 바로 평생 써둔 시를 선정해 시집 ‘흐르다’를 발간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동순이란 이름 앞에는 여장부, 대단하다 등의 수식어 아닌 수식어가 붙는다. 평생 자기관리가 대단해 모습과 건강 또한 50대 중년같은 외모를 자랑한다. 자기관리가 투철하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활동하는 여성활동가 중 가장 원로이자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그의 사상을 시를 통해 잠깐 엿본다.

애송시를 우리국민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소개하며 잔잔히 낭송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의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밝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 시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용서, 관용을 이야기한다.
“우리 인간사회를 잘 보여주는 시입니다. 서로 죽을 만큼 사랑하기도 하고 함께 하다가도 배반을 하기도 하고, 배신감으로 증오하기도 하는데...이 시의 사상은 너무나 아름답지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고 더 나아가서는 꽃을 따다 뿌리니 그 꽃을 즈려밟고 가라는 원이 담겨있지요. 어릴 적부터 이러한 시인의 마음이 사무쳐 항상 이 시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작시 ‘다운장에 내리는 비’를 애잔히 낭독한다. 
 
다운장에 내리는 비
                           최동순
텅 빈 골목길, 허수아비 같은 사람이
흐느적흐느적 어떤 집으로 들어간다
비는 희미한 가로등을 적시며
길바닥을 매끄럽게 깔아준다
땅거미는 지고, 장꾼이 떠난 자리
가슴이 싸늘하도록 외로운 비는
장터와 한 몸으로 어둠에 동숙한다
비가 싱숭생숭한 봄 아가씨 청소하듯
짧은 빗자루로 시장 길을 삐뚤삐뚤 쓸고 있다
빗발 속에 가로등 불빛
시장의 하루를 차분히 내려다보고 있다.
왁자지껄하던 장터
누구의 창작품인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이 시는 비오는 날 ‘다운 장’ 날의 정경을 보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슬픔과 외로움을 느껴 쓴 시인데, 이 때 느꼈던 감성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따라 다녔던 장이 생각나고 장에를 가면 항상 엄마를 만나는 것 같은 친숙함이 있어 장을 좋아합니다. 부산하던 장날, 비가 내리자 장꾼들은 서둘러 짐을 싸고 슬픔처럼 장판에 외로움이 어둠과 함께 깔리는데...제가 그 장날의 외로움에 동화가 돼 버렸지요” 그 날의 애상을 이야기하며 웃는 모습이 열여덟 처녀같은 모습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마음이 처녀적의 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는 83세의 나이에도 소녀같은 정서를 가슴에 안고 사는 것 같다. “영원히 소녀로 남으세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는다.

그는 울산시 여성단체협의회장과 울산여성경제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울산여성신문 상임고문과 청솔노인대학 무용강사와 학감으로 활동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울산여성계의 산 증인이자 사회봉사자, 활동가로 활발한 노년을 펼쳐가고 있다. 특히 81세에 등단하고 시집을 출간해 지역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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